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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스크랩] 화남풍경 / 박판식

백연심 2008. 1. 28. 14:31
화남풍경 / 박판식 (1973~)


세상의 모든 물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부력, 상인은
새끼를 밴 줄도 모르고 어미 당나귀를 재촉하였다 달빛는 파랗게 빛나고
아직 깨어나지 않은 어두운 길을
온몸으로 채찍을 받으며 어미는 타박타박 걸어가고 있었다
세상으로 가는 길
새끼는 눈도 뜨지 못한 채 거꾸로 누워 구름처럼 둥둥 떠가고


[해설]
모든 생명체의 탄생은 모태(母胎)의 양수(羊水)가 밀어올린 부력에 의해
일어난 아름다운 기적의 하나인 게 틀림없는 사실이다. 하지만 조금은 과
장되거나 지나치게 비극적인 생의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고 할지라도, 오
늘의 세계가 산모인 어머니마저 일터로 몰기를 마다하지 않는 상인들의 제
왕처럼 군림하며 지배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.

미처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채 새도 깨어나지 않은 밤길을 당나귀처럼 채
찍 맞으며 걸어가는 제 어미의 운명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
는 그런 세계가 결코 도래하지 않기를 기원해볼 따름이다.- 시인 임동확

-광주일보.17212호-
출처 :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
글쓴이 : 김영천 원글보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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