해설이 있는 시

[스크랩] 내시경(內視鏡) / 김만수

백연심 2008. 1. 28. 14:29
내시경(內視鏡) / 김만수 (1952~)



눈 달린 추를 몸속에
달아내려 보자 한다
어느 울타리가 무너져 내리는지
추적해 들자 한다
로숀으로 다스린 낯짝보다
더 깊은 바람의 흔적과
군데군데 낙엽들이 지고
차가워져 지는 골목
내 영혼이 잠시 기대고 선
울타리 오십 년
헐렁한 벽과 벽, 그 밑동을
가만 가만 흔즐어 보자 한다
얕고 깊은 바람 속으로 굴리고 온 몸
그 매캐한 냄새와 연기를 꼼꼼히
들여다보자 한다


[해설]
겉으로야 멀쩡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거칠고
험판 세파를 거쳐 오는 동안 몸과 마음의 한
울타리가 무너져 있을 법한 나이 오십 줄.
어느 날 문득 병원에 들른 '나'는 고통스럽
고 두려운 내시경 투입 제의를 받는다. 하지
만 '나'는 이미 잘 알고 있다. 애써 태연한
척 세월의 바람 속을 헤쳐 왔지만 '나'의 몸
과 영혼에 배인 무수한 흠집과 상처들을. -
시인 임동확

-광주일보. 2005년 9월 29일-
출처 :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
글쓴이 : 김영천 원글보기
메모 :