해설이 있는 시
[스크랩] 철도원2 / 노향림
백연심
2008. 1. 28. 14:20
철도원 2 / 노향림
긴 골목길 끝나는 곳 돌아나오면 철도가 숨듯이 엎드려 있다.
멀리서 땅 땅 망치 두들기는 소리 들리고 어디선가 무개차(無
盖車)가 돌아나와 텅 빈 삶을 적재하고 이마 맞댄 동네 처마
밑으로 제 힘 다해 키 낮추며 기어간다. 살아온 무게만큼 나
무토막, 부서진 안테나, 사금파리,호루라기 소리, 풍금 소리
등 잡동사니를 싣고 새똥이 흐릿하게 앉은 침목 위를 느릿느
릿 간다. 맘 놓고 간다. 끝없이 이어진 철로 위 여름도 뒤 따
라서 짐 실은 당나귀처럼 터덜터덜 제 갈 길을 갈 뿐 이따금
끊기다 이어 놓은 희미한 길이다. 그 길 위에서 갈 곳 없는
시간이 막혀 있다. 아직 햇볕이 따갑다고 함석 지붕 한 쪽이
다 삭은 건널목 초소 간수가 앉아서 졸고 있다. 탕 탕 문 두
드려도 나올 생각을 않는다. 아무도 없는가
[해설]
지금 시인 앞에 느릿 느릿 맘 놓고 가는 기차는 현실적인 시간 속을 가로 질러
가는 기차가 아니다. 변변한 짐도 적재하지 않은 채 시인이 사는 동네 처마 밑
으로 낡은 동력에 의지하며 지나가는 기차는 시인의 의식 내부에서만 부단히 흐
르는, 탕탕 두드려도 나올 생각조차 하지 않은 체험적 시간의 선물이다. 아무도
없는 유년의 갈 곳 없는 한순간에 대한 기억이 만들어낸 순수지속의 현재 위를
지나가는 기차, 절대로 대상화되지 않고 분명치도 않지만 시인의 마음속에서만
과거와 현재의 연속을 보증하며 여전히 미래에도 달리고 있을 희미한 추억 속의
기차이다-시인 임동확
-광주일보 2005년 9월 8일-
긴 골목길 끝나는 곳 돌아나오면 철도가 숨듯이 엎드려 있다.
멀리서 땅 땅 망치 두들기는 소리 들리고 어디선가 무개차(無
盖車)가 돌아나와 텅 빈 삶을 적재하고 이마 맞댄 동네 처마
밑으로 제 힘 다해 키 낮추며 기어간다. 살아온 무게만큼 나
무토막, 부서진 안테나, 사금파리,호루라기 소리, 풍금 소리
등 잡동사니를 싣고 새똥이 흐릿하게 앉은 침목 위를 느릿느
릿 간다. 맘 놓고 간다. 끝없이 이어진 철로 위 여름도 뒤 따
라서 짐 실은 당나귀처럼 터덜터덜 제 갈 길을 갈 뿐 이따금
끊기다 이어 놓은 희미한 길이다. 그 길 위에서 갈 곳 없는
시간이 막혀 있다. 아직 햇볕이 따갑다고 함석 지붕 한 쪽이
다 삭은 건널목 초소 간수가 앉아서 졸고 있다. 탕 탕 문 두
드려도 나올 생각을 않는다. 아무도 없는가
[해설]
지금 시인 앞에 느릿 느릿 맘 놓고 가는 기차는 현실적인 시간 속을 가로 질러
가는 기차가 아니다. 변변한 짐도 적재하지 않은 채 시인이 사는 동네 처마 밑
으로 낡은 동력에 의지하며 지나가는 기차는 시인의 의식 내부에서만 부단히 흐
르는, 탕탕 두드려도 나올 생각조차 하지 않은 체험적 시간의 선물이다. 아무도
없는 유년의 갈 곳 없는 한순간에 대한 기억이 만들어낸 순수지속의 현재 위를
지나가는 기차, 절대로 대상화되지 않고 분명치도 않지만 시인의 마음속에서만
과거와 현재의 연속을 보증하며 여전히 미래에도 달리고 있을 희미한 추억 속의
기차이다-시인 임동확
-광주일보 2005년 9월 8일-
출처 :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
글쓴이 : 김영천 원글보기
메모 :