예쁜 시 나이를 먹는 슬픔 -김용락 백연심 2004. 9. 28. 00:05 나이를 먹는 슬픔 김 용 락 뜨락에 서 있는 나무를 보면서 문득 세월이 흐르고 한두 살씩 나이를 더 먹는 것이 슬픔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잎이 청정한 나무처럼 우리가 푸르고 높은 하늘을 향해 희망과 사랑을 한껏 펼 수 없을 만큼 기력이 쇠잔하고 영혼이 늙어서가 아니다 또한 죽음 그림자를 더 가까이 느껴서도 아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가 마음속 깊이 믿었던 사람의 돌아서는 뒷모습을 어쩔 수 없이 지켜봐야 하는 쓸쓸함 때문이다 무심히 그냥 흘려보내는 평범한 일상에서나 혹은 그 반대의 강고한 운동의 전선에서 잠시나마 정을 나누었던 친구나 존경을 바쳤던 옛 스승들이 돌연히 등을 돌리고 떠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것은 나이를 먹기 전에는 모르던 일이었다 돌아서는 자의 야윈 등짝을 바라보며 아니다 그런 게 아닐 것이다 하며 세상살이의 깊이를 탓해보기도 하지만 나이 먹는 슬픔은 결코 무너지지 않을 벽처럼 오늘도 나를 가두고 있다 김용락 시인은1959년 경북 의성 출생 계명대 영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84 창작과비평사의'17인 신작시집'「마침내 시인이여」에 "송실이 누님" 등으로 등단 *푸른 별(시집) *한국민족문학론 연구 *기차소리를 듣고싶다(시집)2003년 03월 01일 토요일 07시 42분